내가 먹는 약은 무슨 약 일까?

복약 수첩-나의 약물 이력을 관리하기

빈개 2020. 11. 26. 15:38


한동안 블로그에 재미를 못 붙여서 글을 안 썼었는데 친구가 전공 관련 분야의 정보의 부재를 메꾸는 일이 가치가 있다라는 말에 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오늘은 복약수첩-나의 약물 이력을 관리하기 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 하면 본인이 먹고 있는 약이 있다면 복약 내용이 적혀있는 종이나 봉투를 꼭 가지고 다른 병원에 가실 때 지참하시라는 것 입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진료를 볼 때, 약국에서 약사와 복약상담을 할 때 반드시 본인의 갖고있는 질병과 드시는 약에 대해 알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복약수첩 그리고 나의 약물 이력을 관리하라 라는 말은 이지현 약사님의 '내 약 사용설명서'에서 따온 단어 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공감했던 파트는 챕터 1의 기본 사용 설명서에
1. 약 성분을 외우는 사람들
2. 내 증상을 제대로 말하는 대화의 기술 편 이었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이 중 오늘은 나의 약물 이력을 관리하라라는 말을 드리고 싶은데, 병원에서 진료를 볼 때, 약국에 가서 약사에게 복약지도를 받을 때 본인의 원래 앓고 있는 질병, 드시는 약을 알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병원 약제부에서 근무하다 보니 대부분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 분 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외래약국 투약구에 있다보면 원래 먹는 약과 상호작용이 있는지 등에 대해 물어보시는 환자 분 들도 많습니다.

본인의 원래 질병, 경험했던 약물 부작용, 오래 복용하고 있던 약에 대해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특히 응급실에 내원하시는 환자라면 응급실 의사를 만날 때 본인이 원래 앓고 있는 질병, 경험 한 적 있는 약물 부작용, 오래 복용하는 약에 대해 반드시 알리고 약국에서 약사를 만날 때도 꼭 알리세요.( 그 병원에 내원하셨던게 아니면 기록이 없습니다)

알리지 않아도 먼저 물어봐서 잘못된 것을 거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 합니다.

지난번에 약제부 다른 약사가 당직 때 경험한 것인데 그 당직 날 환자분이 응급실에 어지럽고 실신하셔서 내원하셨습니다.

그 분이 처방받은 약은 미도드린(midodrine)이라는 alpha-1 agonist 으로 혈관을 수축해 혈압을 높이는 약이었습니다. 이 약은 미주신경성 실신이나 기립성 저혈압에 적응증이 있고, 신장내과 환자 분 들이 투석 하는 날에 드시거나 파킨슨 환자들은 기립성 저혈압도 많이 같이 나타나기에 드시기도 합니다. 혈압을 높이는 약이기에 위험 할 수 있고 환자의 주 병명을 주의해야 하는 약물입니다. 대부분 고령자의 경우 만성질환으로 고혈압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환자분은 응급실에서 의사를 만났을 때 본인의 질병 과거력과 복약하고 있는 약 들을 말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약사가 혹시 원래 드시던 약은 있으세요?라고 물었을 때 혈압약을 드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시면 응급실에서 진료 보실 때 말씀하셨냐고 물으니 안 했다고 하셨습니다.

거기에 원래 혈압약을 드시는데도 혈압이 평소에 140 언저리로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처방받은 미도드린을 드시면 아주 큰일 날 상황이었던 것이죠. 고혈압이 아주 심각하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SBP(systolic blood pressure, 수축기혈압)이 180mmHg이상이 되면 응급성 고혈압이 되실 수 있고 뇌에 문제가 생겨 머리가 띵하거나 뒷목이 뻐근하고(그 드라마에 회장님들이 화나실 때 뒷목 잡고 쓰러지시지 않습니까) 충격 오심구토, 가슴이 답답한 증세 등으로 다시 응급실에 실려 올 수있고 생명에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약사가 응급실로 전화를 걸었고 대부분 병동이나 응급실 등 내선번호로 전화하면 간호사가 전화를 받기 때문에 응급실 간호사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환자가 원래 고혈압을 앓고 있고 혈압약을 오래 드시는 분인데 혈압약을 드셔도 혈압이 높으신 분이다 근데 혈압을 높이는 미도드린이 처방이 나서 주치의 노티 부탁드린다 하니 의사가 벌써 본 환자여서 괜찮다고 했습니다. 일단 전화를 끊고 이건 아닌거 같아서 다시 응급실에 전화했는데 다른 간호사가 받았는데 얘기를 하니 아까 전화받은 간호사가 잘 몰라서 그런거 같다고 노티하고 연락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 약은 안 가져가시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약사가 진단을 하는 것이 아니니 그 환자가 어떤 이유로 어지러워서 오신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얘기를 들었을 때 원래 혈압약을 장기로 복용하셨고 오래 드시는데도 혈압 조절이 잘 안되는 사람이었으면 혈압약 용량이 바뀌거나 처음드시면서 어지러웠던 것도 아닌 것 같고(비뇨기계 약 중에도 기전이 비슷해 처음 드시는 환자 분 들께 기립성저혈압이 생길 수 있으니 천천히 일어나시라 복약지도 필요하다-BPH편 참고) 일단은 환자 말에만 의존하면 처방받으신 약을 드시면 안되는 상황인 것은 맞습니다.

이런 경우나 본인이 드시는 약 이름이라도 정확히 알고 지금 처방받은 약이랑 같이 먹어도 됩니까라고 물어보면 대답을 드릴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애매하게 당뇨약 정형외과약 등등 이렇게만 말 해 주시면 사실 추측은 가능하나 제대로 상호작용 같은 것을 따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본인이 원래 먹고 있는 약 들에 대해 서면으로 작성 된 복약지도문(약 내역 기재), 약국 약 봉투를 꼭 들고 오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기존에 앓고 있던 병명도 꼭 의료진에게 알립시다!

진료를 받을 때, 약국에서 복약지도 할 때 꼭! 원래 앓고 있는 질병이나 드시던 약 들을 자세히 알려주시면 좋습니다. 드시는 약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 작업은 더 중요합니다!

복약수첩-내 약 사용 설명서

위에 사진은 책을 찍은 것인데 저런식으로 구체적으로 알면 베스트이고 요즘은 서면으로 다 복약지도문을 같이 넣기 때문에(약국 약 봉투, 종이) 꼭 같이 지참하셔서 약화 사고도 막고 약물 상호작용 등 파악에 더 도움이 되게끔 합니다!
나의 몸과 질병, 약물은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