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궁금해 하는 약의 정보

약사일기2(2020.10.20)-만나는 여러 환자들

빈개 2020. 10. 21. 01:26

요새는 환자를 정말 많이 만나는 자리에 있다 보니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오늘은 좀 웃겼던 일도, 힘들었던 일 들도 많았다. 조금 웃겼던 것은 50대 이상의 남자 환자가 나한테 언니라고 불렀다. 솔직히 아가씨라고 부르는건 기분이 안 좋은데 언니라고 부르니까 웃겼다.

뿌듯했던건 오늘은 그래도 대부분 환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약 설명도 잘 해준 것 같다는 것이다. 환자를 많이 보는 자리에 처음 갔을 때 너무 바빠서 적응도 못 했는데 내던져 진 것 같아 힘들었다. 너무 환자가 많은데 응대하는 약사는 혼자니 저 사람은 나를 처음 본 약사지만 나는 수백명을 하루에 만나고 루틴하게 처방되는 약 들은 거의 기계처럼 복약지도 하기 때문에 기계가 된 거 같기도 하고 목도 많이 아프다.

솔직히 너무 바쁠 때 환자 분들이 재촉하면 나도 화나 짜증이 난다. 약이 너무 많고 사람이 너무 많은데 정말 그런 일은 거의 없지만 정신없이 약을 주다가는오투약이 나는 경우가 있다면 내가 책임자가 되기에 굉장히 긴장하고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먼저 온 분 부터 드린다고 여러명이 동시에 오셔도 침착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한다.

안의 조제실에는 정말 많은 약사들이 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눈으로 보는 약사는 나 혼자다. 그래서 대기 중인 환자가 너무 많을 때 약이 나오는게 오래 걸려 화가 잔뜩 나시면 짜증을 받는 것도 나다. 안에도 여기도 정말 바쁜데 이해를 좀 더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오늘은 재밌는 환자들도 있었고(말씀을 재밌게 하심) 나를 좀 힘들게 만드셨던 환자나 보호자도 있으셨다.

먼저 힘들었던 것 부터 쓰면
1. 원칙적으로 나간 약은 반납이 안 되는데 반납 왜 안 되냐고 우기는 환자 보호자
2. 약이 제대로 나갔는데 약 잘못 줬다 하셔서 환자 동의 하에 cctv까지 돌려봄
3. 환자 보호자인데 진료과에서 의사쌤이 약을 모른다고 여기와서 약 코드를 알아가려한다고 대기환자도 많은데그 바쁜 투약구에 오셔서 마스크도 내리시고 굉장히 장시간 붙잡으심
4.처방이 잘못 났는데 환자는 오래 기다리고 진료과 전화하니 간호사 쌤은 처방 낸 의사 쌤 연락 안 된다하고 똑같이 여러명 처방입력이 잘못 되어 있음-> 환자 오래 기다림 약간 짜증나심 미안하다고 하는 것& 상황 설명은 나,, 결국은 연락 안 되서 내일 다시 병원 오실 일이 있으셔서 그 때 까지 처리해놓고 수납가서 환불 및 재수납 시켜주기로 함.


1번 얘기는 원칙적으로 환자에게 나간 약은 당일에 불출 된 뜯지 않은 약은 진료과와 상의 후 약제부에서 반납을 받아준다. 하지만 당일이 아니면 반납을 받아주지 않는다.

약은 정말 예민하다. 각각의 보관조건을 맞춰주지 않으면 약의 효과나 성상이 바뀔 수 있어 약국에선 냉장고는 늘 온도를 기록하고(자동으로 온도가 기록되는 기록지가 나온다) 내부 실내 온도를 기록한다. 내부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그래서 여름에 서늘하고 춥기도 하고 겨울에도 서늘하다.) 차광 조건의 약인 경우 차광으로 보관하고 냉장약은 냉장보관이 철저하게 지켜진다. 냉장고의 경우는 계속 24시간 온도가 감시 되고 일정 시간 열려있거나 온도가 높아지면 귀가 따갑게 경고 음이 울리고 경고음이 울려도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해당 담당자 폰으로 전화가 간다.

환자 보호자는 비급여 약인데 약 값도 좀 나가니 약을 반납해달라고 하셨다. 원칙적으로 한 번 나간 약은 당일이 아니면 반납이 안 되고 보관 하실 때의 보관조건을 알 수 없어 그렇다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니 약을 이렇게 못 쓰는게 국가적으로 낭비가 아니냐고 하셨다. 약이 보관조건이 중요하고 그걸 알 수가 없어 제가 이 약을 받아도 다른 환자 분께 드릴 수가 없다고 안내드렸다. 상급자한테 한 번 물어보라 하셔서 물어보고 안 된다 하고 돌아가셨다. 오래걸렸다.. 난 전화도 받아야하고 환자들 많은 약 들도 냉장약, 일반약 구분해서 갖고 있고 주사약들도 다 받아서 과 별로 나누고 주사실 마다 나누고 냉장약 고가약(기록) 실온약도 나눠서 놓고 처방전도 정리하고 다른 환자들 약도 드려야하는데..

약품 냉장고, 온도가 철저히 지켜집니다



2번은 복약설명서만 가져오시고 어떤 약이 없다고 하셨다 A약 B약 C약이 있다고 하면 셋 다 구내에 불편감이 있을 때 가글 하는 약이었다. 전산으로 보니 A약은 50ml 2개 B약은 1L 2개 C약 1병이었다. 환자 분의 주장으로는 A약이 2개 B약이 1개 C약이 1개라 B가 1개 없다고 하셨다. 화를 많이 내는 환자는 아니었지만 진짜 약이 빠졌을경우 조제자 감사자가 책임을 지고 회사로 따지면 시말서 비스무리한 것을 써서 위에 상사께 가야되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다. 조제실로 연락해서 해당 날짜 처방전 다시 다 뒤지고 환자 동의 하에 cctv도 돌리고 난리가 났다..ㅎㅎ 결국엔 cctv에 내가 B약을 2병드리는 것이 딱 나와 그것은 납득시켜드렸다. 그런데 실제로 본인이 그 때 받으셨던 약을 다시 보여주면서 어떻게 되는 건지 다시 보고싶다 하셨다. 그래서 다시 조제실로 연락해서 약 똑같이 올려서 다시 다 설명해드리고 보내드렸다..
그 와중에 새로 올라 오는 약 들도 다른 환자들께 투약, 복약지도를 해야해서 힘들었다.

3번은 정말 곤란했던 경우인데 환자 보호자라 하시면서 투약구로 오셔서 진료를 봤는데 의사쌤이 약 코드를 모른다고 해당 질병에 쓰는 약 코드들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한테 의사쌤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음..말씀 하셨다. 진료과나 간호부에서 약제부로 약 관련으로 문의 전화가 오거나(보통은 약품정보실에서 처리) 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건 내부의 일이고 환자 보호자가 본인이 원하는 약을 처방 받기를 원하는데 진료 받은 의사 선생님이 약 코드를 몰라서 처방을 안 해줘서 자기가 답답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이...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했다. 전화가 된 상황도 아니었기에 더더욱 더. 그 와중에도 새로운 환자들에게 계속계속 약은 투약하고 복약지도 해야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환자 보호자가 여기 직원은 아니였고 간호사였고 답답해서 본인이 오신 거였다. 그래도 내부 업무의 일을 연락 받은 것도 없는데 환자 보호자를 중간에 이렇게 끼고 하는게 맞는건가 판단도 안 서고 그냥 너무 당황스러웠다. 알고보니 그 의사쌤의 전공과랑 환자가 원하는 처방 질병의 과는 다른 과였다. 처방하는 의사들은 보통 자기 과에서 많이 쓰는 약 들을 주로 잘 알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아니면 보호자 응대가 넘 힘들어서...? 그럼 저기로 가보라고 토스 한 거 같기도 하고 뭘 어떻게 해야 하나 했다. 결국은 나도 선배를 불렀고 원내 약 안내를 선배가 해주셨다. 그 분은 자기 얘기를 하시느라 거의 20분 동안 가지 않으셨다. 그 와중에도 나는 계속 새로오는 환자들의 약을 처리해줘야 했다.

4번은 환자 처방을 의사가 넣을 때 약 처방 자체도 잘 넣어야 하지만 진료과의 발행처(from주소 같은 거죠), 처치용인지(환자한테 못줌, 내는 돈도 다름), 비품인지(환자한테 못줌), 주사실(환자한테 못줌, 간호사가 가져감, 내는 돈도 다름), 환자 자가용(환자한테 주는거) 이런 것도 잘 맞게 입력해 줘야한다. 이거에 따라 약이 가는 위치가 달라지고 환자가 내는 돈도 달라진다. 뭐 약이 음식이랑은 달라 이렇게 써도 될런지 모르겠는데 레시피에 맞게 음식을 잘 만들었는데 배달 주소가 틀리거나 소비자가 내야하는 돈이 만 원 인데 만 오천원 받았다던지 이런거랑 비슷하다.

항암 30분~1시간 전에 구토감 같은 부작용을 예방하고 줄이기 위해 먹는 그것도 한 알인데도 비싼 약이 있다. 약도 비싸서 인수인계로 나가는 약인데 여러명을 환자 자가용이 아닌 처치용으로 냈다. 처음에 환자 분이 오셨을 때 환자가 가져갈 약이 맞는데 환자한테 줄 수가 없어 뭐지 하면서 진료과에 전화를 했다. 간호사가 전화를 받았는데 해당 의사가 여러명 다 처치용으로 낸 것이 확인 되었고 근데 연락이 되지 않았고...환자 분께 설명과 죄송함은 나의 몫이었고 내일 항암 맞으러 오시기 전에 몇 시 까지 오시면 그 전 까지 잘 처리해서 바로 수납 보내드리기로 했다. 그리고 진료과에는 환자 분 내일 아침 9시까지 오시기로했으니 꼭 의사 확인 해서 반납 넣고 새로 처방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환자 분 들께 복약지도를 하다가 일어난 일 들이다. 오늘은 대부분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해주시는 분 들이 많았다.(대부분의 날도 이렇지만 몇 몇의 안 좋은 기억이 사람 기분을 슬프게한다.)

환자들이랑 얘기하다보면 나이가 좀 있으신 남자 어르신분들이 방귀, 똥 이런 생리 현상을 말하실 때가 있는데 질병을 설명하시느라 그런 거지만 표현이 재미있게 하셔서 나도 풀어져 아 그러세요~? 이렇게 되는 말 들이었다.

변비약을 설명해줬던 환자가 위트가 있으신 분이었는데 산화마그네슘(일반적으로 안전하다하여 변비약으로 많이 씀)을 변비약으로 쓸 때 보통 하루 2g까지도 드시고 250mg 500mg 두 가지 용량이 있다. 일단은 250mg 하루 세 번 먹는 거로 처방이 나고 증상 따라 용량 증량하라고 써있었다. 일단은 한 알 씩 하루 세 번 드시는데 설사 하시면 횟수를 줄이시고 변비가 심하시면 더 증량하셔도 된다 했다. 그럼 한 번에 250mg짜리였는데 세 알 씩 먹어도 되냐하셨다. 변비에 보통 상용량이 2g div 2~3이니 3알까지 세 번 은 조금 많을 것도 같아 3알 이상 드실거면 횟수를 세 번은 좀 많다고 설명드렸다. 그러면서 환자 분 께서 장에 아주 똥이 가득 찼다고 (창자에 똥이 가득 찼다고 표현햐셨다.)하셨다. 이게 변을 잘 못 보는 것도 큰 질병이기에 심각한 얘기지만 웃으면서 저런 표현을 쓰시니 나도 당황+조금 웃김 해서 아~~그러세요~??(당황^^)했다..ㅎㅎ

어떤 환자 분은 대장내시경 약 설명을 드렸는데 막 호탕하게 웃으시면서 방귀가 너무 많이 나와서 검사 받으려고 하신다고 했다.

이런 생리현상들이 질병과 연관 된 것이니 슬프기도 심각하기도 한데 웃으시면서 재밌게 말씀하시니 나도 당황하기도 조금 재밌기도 하였다.

오늘도 실질적인 8시간 근무 중 참 별의 별이 많고 약을 너무 많이 투약하고 복약지도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약 주는 기계가 된 것 같고 목도 많이 아팠지만 그래도 대부분 환자에게 필요한 올바른 복약지도를 한 것 같아 뿌듯하다.
(

올바른 복약지도는 복약순응도를 높이고 중요 부작용을 환자에게 인지하게하며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치료에 기여하는 것이 맞다!)

약사, 복약지도, 병원약사, 투약구 힘들어